사서 선생님도 사내놈들의 악의 없음을 아셨는지, 구석에 숨어 있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도 누구 하나 안 보이면 걔는 어디 갔냐며 두루 살피셨습니다. 언젠가 방과 후였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선생님은 다둥이 자녀의 어머니셨고, 사서 자리도 계약직이라는 걸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습니다.
그때 더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졸업하고 나서도 교육청을 거치면 선생님께 안부를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은 그렇게 뵙지 못하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책과 연결고리가 가끔은 늘어지기는 해도 끊어지지는 않는 이유가 도서관에서 쌓은 좋은 기억 덕분이라고 봅니다. 낯가리는 독서모임도 제겐 그 기억의 연장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 정리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에서 에버노트를 알게 돼 열심히 축적하다 무료 계정의 한계(?)로 멈췄지만, 지금은 노션으로 그 꿈을 다시 이루는 중입니다.(사실 노션에 옮겨온 과거 에버노트 게시물을 보면 조약하고 부실합니다. 하지만 그것들도 ‘검색’으로 쓰임새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낯가리는 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취미 생활에 ‘정성’을 쏟는 것, 내 시간을 할애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그런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겁니다. 책도 읽지 않은 학창시절 도서관의 즐거운 기억,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출처도 남기지 않고 수집한 문구(지금은 아쉬움으로 남지만ㅎ), 그리고 낯가모가 제게 손에 쥔 결과물입니다.
“셀리그먼 교수는 행복하려면 긍정적 정서, 몰입, 관계 맺기, 의미, 성취감이 필수 요소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성취감과 연관이 있는 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정반합> 오윤희 지음)
낯가리는 독서모임에서 문구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낯가모의 사서 선생님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면 위 문장의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몰랐던 강점을 탐색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리 좋으면 네가 하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데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좋은 건 나누면 더 좋잖아요(?) 부담은 너무 갖지 않으시길 바라며..
(낯가모 노션 페이지를 분류별로 정돈하였습니다. 방장님의 그동안 정리하신 <낯가모 도서리스트>도 두 번째 탭에 있으니 살펴보셔요~)
https://curved-show-e05.notion.site/75747c2ef6b04355abecdf2a955c3e5b
(작성일 : 202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