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문장: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프라두의 책에 쓰여 있던 문장 가운데 하나였다.
출처: 299쪽 중에서
(AI) 생각 한 줄 요약: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기차 안,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 하루
생각: 예전부터 이름만 듣고 읽어야지 마음 먹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다리 위에 서 있는 의문의 여성이 추락하려는 걸 막는 장면에서 상상은 항상 끝이 났는데, 이후 이야기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책은 스위스 고전문헌학 교사였던 그레고리우스가 의문의 여성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받은 데에서 시작합니다. 포르투갈행 기차를 타고 저자(의사 프라두)의 삶을 추적하며, 그레고리우스의 잔잔한 호수 같은 인생에 조약돌을 던지듯 파동이 일어납니다.
저자 프라두는 말 그대로 범상치 않은 소년이었습니다. 판사의 아들로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한 사람의 죄 유무를 판결하는 그의 모습에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포르투갈이 독재자의 통치를 받던 시절, 공산당 당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폐쇄되던 성당 소속 학교에 다니며 신과 전지전능에 대한 의문을 다룬 연설을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불경한 사제” 별명이 붙기는 하지만요.
이후 그가 의사가 되고선 양심에 따라 악질적인 비밀 경찰의 목숨을 살리지만, 죄책감을 느끼며 독재에 항거하는 비밀 운동에 적극 가담합니다. 이 과정에서 절친의 여자친구와 애틋한 관계도 맺지만 그는 우정을 먼저였기에 그녀를 외면합니다. 그러다 그는 뇌출혈로 30대에 길거리에서 요절하고 맙니다.
그의 쉼 없는 일생은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자비로 출판한 책으로 그레고리우스에게까지 전달됩니다. 그의 일생은 고리타분한 일상을 살던 그레고리우스에게 영향을 줍니다. 프라두의 주변 인물을 만나며 그의 발자취를 찾는 여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햇살이 좋아 공원 야산 벤치에 한참 앉았습니다. 마치 그레고리우스처럼 고리타분한 삶은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이 별 거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전에 저와는 다른 삶을 사는 친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해외 100여 국의 국가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도 모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다니고, 직장도 집 앞 역에서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에 있어 친구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다만 생활이 안정적인 만큼 진부하고 반복적이어서 재미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친구는 코스모폴리탄, 세계 시민 같은 자유로운 의식(?)을 가졌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속마음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저는 안정적인 삶은 노잼을 내포할 수밖에 없고 도파민 터지는 일상은 기대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경고했죠. (물론,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도파민 터지는 일탈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어쩌면 저와 친구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다른 일상을 향유하기에 서로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레고리우스와 프라두처럼 말이죠.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때는 있다.”라는 격언을 믿곤 합니다. 지금은 조금 노잼 시기이긴 하지만, 또 다른 시기도 언젠간 오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열심히 버티면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의 책을 만난 것처럼 삶이 알아서 하리라고 생각해봅니다. 프라두가 말한 것처럼 삶은 우리가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에 불과하니까요.
(작성일자: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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