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생떽쥐 베리)

루체 님의 글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읽고, 나는 일종의 무게감을 느끼며 저자 생떽쥐베리가 회한에 젖으며 고뇌하는 우울감을 느껴왔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오곤 했다.

그리고 그 고귀한 우울감에 연민을 느끼며 생떽쥐베리의 생애를 좀 더 의미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야간비행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저자가 지은 이 야간비행도 제목에서 비춰주듯 고독과 낭만이 어우러진 한 편의 서사시와 같을 것이라는 나만의 기대와 선입견을 갖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그것은 생떽쥐베리에 대한 나의 어줍잖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1920년대를 배경을 시점으로 한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항공우편조종 소장 리비에르와 항공우편 조종사 겸 정찰가 파비엥

산업화와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던 상황과는 다르게 비행기 내부 엔진과 기기 부품 문제 그리고 일기 예보의 예측을 빗나가며 제 멋대로의 악천후를 뿜어내는 기상 변화들..

이 두 가지의 문제가 뒤따르는 가운데 소장 리비에르는 늘 원칙과 행동을 기준으로 내세우며 직원들의 단 한 차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 와중 신혼 6개월을 맞은 조종사 파비앵이 파타고니아 비행 중 기상악화로 연착을 하다가 안덱스 산맥에서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상황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며 잠시 얼마간의 시간 동안 자신이 밀어붙여 왔던 고매한 가치와 의무에 대한 신념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나 곧바로 마음과 정신을 집중시키며 또다른 직원들의 항공우편 비행의 재개 명령을 내리는 리비에르.

그리고 밤하늘을 비행하던 파비앵의 생사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그저 실종된 채로 이 소설은 결말을 맺게 된다.

아마도 생떽쥐 베리는 그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비엥의 비행사고를 소장 리비에르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 이렇게 애매모호한 이야기로 마치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독자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마치 지금 어딘가에서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에 의존하며 시작은 있으나 마침을 알 수 없는...자신이 못다한 우편비행을 이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상상말이다.

실제 생떽쥐베리는 1944년 2차 대전시기 우편비행조종사로 야간 비행 도중 실종되었다. 그의 시신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의 사고에 대해 독일 추격설, 자살설 등이 뒤따르고 있으나 진실은 때론 숨겨질 때도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