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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폭풍과 권태의 늪을 지나,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할 발밑의 뾰족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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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SNS를 보다가 우연히 본 영상인 뮤지컬 빨래의 <슬플 땐 빨래를 해>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집-회사, 집-회사 가끔 밥 약속, 어쩌다 운동을 다니는 저에게 이 영상은 요즘 뭉클한 감동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요즘 나는 인생을 바람에 맡기듯 자연스럽게 사는 걸까, 내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 걸까 괜스레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청년재단의 독후감 공모전이 열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선정 도서가 서인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임을 알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이미 읽은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한 번 읽어봤기에 내용도 이미 잘 알 거라 생각했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때 감정은 처음 읽었을 때와 사뭇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행복에 관한 유명한 책이니까, 한 번 읽어봐야지 싶은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행복을 잘 느끼는 걸까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처음 『행복의 기원』을 읽었을 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일명 ‘쉬었음 청년’ 시기였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을 공부한답시고 모은 돈을 털어 온라인 강의를 들었지만, 내 마음에 안 들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 덕분인지, 편집 도구를 하찮게 다루는 실력 덕분인지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살은 쭉 빠져 주위에서도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날카로운 피드백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줘 마음부터 무너져 내렸습니다.
결국, 환불 시기를 조금 지나 환불도 못 받고 공부를 도중에 그만뒀습니다. 대신, 인턴 면접을 다녔고 운 좋게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 취업하였습니다. 처음 『행복의 기원』을 읽었을 때, 그때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평소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모으는 습관이 있어 당시 남긴 문장이 남아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문장을 수집하면서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적게 수집했습니다. 중복된 문장도 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6년 동안 학창시절을 지나고 더는 갈 곳이 없었기에 당시에 행복은 사치였을지도 모릅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책을 읽었을 때 기록한 문장을 비교하면 행복이 중요하지만, 그게 유일한 나침반 삼을 필요 없다는 문장, 행복은 아파트 화재경보기처럼 자주 울리는 것보다 필요할 때 울리는 게 중요하다는 문장이 이전에도 기록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진화 과정을 의심하는 건 달이 호떡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유머는 저장해두지 않았습니다. 아마 당시엔 이런 유머도 사소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여유도 없고 불안함에 묻혀서 눈여겨보지 않은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봅니다.
지금은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다릅니다. 이제 경력 2년 차가 되었고, 제가 맡은 업무는 물론, 다른 분의 업무도 넘겨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 책을 집었을 때와는 다르게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생활 방식도 달라져서 “집-회사, 집-회사 가끔 밥 약속, 어쩌다 운동”이 일상생활로 고정되었습니다. 회사 동기들도 마찬가지인지 “쌤, 요즘 재밌는 일 없어요?”라고 모일 때마다 새로운 도파민을 찾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됐습니다.
『행복의 기원』에선 권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실험에서 실험자를 독방에 가두고 심심하면 자기에게 전기 쇼크를 가하는 옵션을 주었더니, 참가자 3분의 2가 스스로 전기 고문했다는 겁니다.[1] 그만큼 무료함과 권태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는 걸 시사합니다. 그래서 회사 동기들이 그렇게 도파민을 탐색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정적이지 않으면 심심하지 않아도 불안함에 미치고, 안정적이면 불안하지 않아도 무료해진다니 사람은 참 역설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혼자 전시회를 둘러보며 궁금한 걸 메모하고 집에서 AI를 활용해 답을 찾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도 꾸준히 수집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앱테크를 틈틈이 하며 편의점 간식도 얻어먹고 상품권으로 바꿔 쇼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취미 생활이 나름 심리학적으로 옳은 것 같습니다.
『행복의 기원』에서는 “행복의 압정” 개념[2]을 소개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을 웃게 할 상황과 자극을 수집해 일상 곳곳 심어놓는다고 합니다. 집 안에 압정을 흩뿌리면 누군가 밟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행복 압정을 곳곳에 뿌리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겁니다. 서은국 교수님은 본인의 행복 압정으로 “친구”, “평양냉면”, 운전을 위한 여행”을 나열합니다.
저의 행복 압정을 골똘히 생각해보면 ‘퇴근하고 듣는 가수 최유리의 노래(노력)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주말 오후 햇살’, ‘세밀하게 읽는 회화 전시회의 설명 문구’,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빌린 책’, ‘출석 체크로 열심히 성취해 소소히 용돈을 모으는 앱테크 머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켜먹는 양념치킨’ 이게 요즘 저로 하여금 소소하게 즐거움의 비명을 터뜨리게 하는 행복 압정입니다.
최근 행복 압정으로 추가된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Mrs. GREEN APPLE라는 일본 가수의 <GOOD DAY>라는 곡입니다. 노래 특유의 경쾌한 멜로디는 결국 저로 하여금 노래를 찾아보게 하였습니다. 노래는 희망, 행복이 연관돼 있어 더 의미가 있습니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세도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멋진 곳이지 않아?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말해보자 GOOD, GOOD,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