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머니의 권유로 읽게 된 책이다. 나의 심리 변화의 풍파가 지나가고 잠깐의 휴식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쉼’의 의미로 그저 제목에 충실하며 읽었다. 제목에는 ‘휴식’이 들어가 있으나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내용을 다시 고찰해 보면, 저자가 말하는 휴식은 결코 쉬운 의미는 아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는 가운데 있었던 일화를 전개한다. 마음의 안정과 그것에 관한 방법론을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더해 명료하게 전달한다. 이는 흔치 않은 서술 방식인데, 여느 이과(의사니까)가 이처럼 단정적인 어투와 ‘~해야 한다’라는 당위를 드러내는 경우는 강한 확신이 들 때만 가끔 보이는 패턴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담자들이 무의식의 심리 수렁에 빠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보다 확실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누구나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나는 이를 ‘수렁에 빠진다’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내가 직접 겪었던 상황들이 책을 읽으며 스쳐 지나갔다. 이미 여러 번 '스튁스 강' 같은 수렁을 건넌 사람의 관점에서, 이 책을 보고 어떤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마치 내가 넘어지며 배운 것들을 인자한 아버지가 차분히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새로 배우는 내용은 많이 없어도 ‘이 말을 이렇게 풀어갔구나, 이 사람은 이렇게 설명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자는 내담자를 '휴'라고 소개한다. 쉴 휴(休)의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자가 설정한 캐릭터는 쉼의 의미보다는, 그냥 우리 누구나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는 작용은 매우 다양하고 우리가 겪은 힘든 상황을 귀납적으로 분석해 보면 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열등감'과 '어릴 적 트라우마' 등 이다.
상대적 격차를 덧대어 타인과 비교하는 '도마'위에 놓이면 누구나 불편한 심리를 느낀다. 거기에 본인만의 '콤플렉스'가 더해지면 흔한 표현으로, 사람이 발작을 일으킨다. 꼭지가 도는 포인트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런 열등의식에는 어린 시절 가족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단다. 저자는 이런 '무의식'의 경계를 '마음속의 아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런 일종의 '이드(자아)'는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성숙한 인간은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자기 내면을 스스로 치유할 가능성을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점이다. 먼저 상황을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건에 심리적 충격이 들어가면, 당사자는 감정적인 판단을 하기 쉬워지며 머리로 분석하기 어려운, 일종의 부담스러운 아픔들을 직관적 느낌으로 인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라고 일어난 사건을 '되게 싫은 느낌', '그때 짜증 나는 그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등의 수식어들이 깃든 말로 이미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누구나 알겠지만, 그런 판단은 당시의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명할 수 없게 한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더라도 '당사자인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도 쉽게 답을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이를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유하며 그런 단계를 조금씩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아마 이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심리적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그들이 귀가 없기 때문이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은 그 시점에서 자기 자신의 객관적 판단력이 떨어진다. 쉽게 말해서,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 치료의 목적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초점이 있지 않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여러모로 바라볼 기회를 주고 '치료'에 입각한 방법을 내담자가 상상하기 어려운 패턴으로 시나브로 적용하곤 한다. 이 메커니즘이 이미 인류가 걸어온 역사에 기반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도 아픈 이들은 이 내용에 관심이 없다. 일단 위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는 잘못한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주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귀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옳은 말을 하고 있다. 저자가 전문가라서, 어떤 권위자의 호소하라는 뜻이 아니다. 힘든 지금, 이 순간에 빠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