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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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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진흙탕 싸움 너머, '주치카'라는 이름의 개를 통해 건져 올린 지극히 러시아적인 구원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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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속세에 찌든 카라마조프가를 향한 평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는 책을 읽으며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인용 문장의 “이반을 사랑해라!”라는 드미트리의 말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향한 사람들의 평가를 다시 되뇌게 합니다.

이성 관계로 얽히고설킨 드미트리, 누구보다 똑똑하지만 세속적인 이반, 그 가운데서도 누구보다 러시아적이며 가장 착실한 주인공 알료사까지. 처음 책을 읽을 땐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처절해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드미트리가 피의자가 된 사건은 드미트리와 이반 모두에게 성찰의 기회가 주어진 도화선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드미트리는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지고 이반은 건강이 무너지는 결과를 자초하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으며 조금 뜬금없다고 느껴진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콜랴와 일류사입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도움을 받곤 하는 제미나이에게 물으니 이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가와 대조되는 희망적인 미래를 담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의 관계에 중첩되는 존재인 개, 주치카를 두고 서로 외면하다가도 끝내 화합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저자가 소설의 결말로 점찍은, 카라마조프가와 대조되는 지극히 러시아적인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TV로 예능이나 뉴스 대신 클래식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최신 소식이나 트렌드엔 조금 뒤쳐지긴 했지만 생각을 비우기에 제격입니다. 주말 업무도 하며 이렇게 사는 게 많나 싶은 생각에 생각이 많아진 것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퇴근 버튼을 누를 때 실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 시간외 수당을 계산하며 이번엔 얼마를 받을까 분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끝내려면 얼마나 더 버텨야 할 꼼수를 부리며 나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탐욕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 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다행히 팀 내 복귀자가 돌아오셔서 업무 분담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부담은 조금 줄어들 예정이지만, 정말 줄어들까 하는 의문마저 들기도 합니다. 그러지만 콜랴와 일류사가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화나는 일마저도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돌아오냐고 주위에서 몇 번이고 질문 받은 팀내 복귀자처럼 말이죠. 인용 문구의 드미트리처럼 마지막에서야 깨닫고 후회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작성일자: 2026.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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