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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끝내 캔버스를 채워낸 거장의 발자취가 건네는 치열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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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매일을 노력과 열정으로 채워 넣는다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얗게 텅 비어 "무" 속으로 우리를 빨아들일 것 같던 캔버스는 어느새 생명의 초록과 무한한 하늘과, 열정의 불로 더없이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영원한 낙관론자인 역자는 그렇게 확신한다.
출처: 40쪽 중에서
생각: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님이신 석영중 교수님의 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도 보았으나, 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교수님의 똑부러짐은 어린 저조차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영상을 보았을 때, 쉬운 어휘를 사용해 교훈을 알려주고자 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상을 보고 저도 모르게 교수님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게 되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철도, 칼, 그림(석영중 교수의 백치 강의)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었을 때 백치 소설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그것이 백치를 읽게 된 이유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기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았으나, 백치는 비교적 분량이 적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소설 백치는 주인공 미시킨 공작을 중심으로 나스타샤, 로고진, 가냐, 아글라야를 둘러싼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로 얽히고 섥힌 관계 속에 결국 극한에 치닫습니다. 소설의 결말은 말 그대로 등장인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빚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생략) 다만, 다시 백치로 돌아간 미시킨 공작(간질 환자)과 송장이 된 나스타샤는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합니다.
사실 제가 책에서 주목한 부분은 소설보다 소설 앞에 배치된 해설입니다. 옛날 책답게 역자의 솔직담백한 해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인용 문장의 캔버스는 도스토옙스키와 닮은 고흐의 사례(텅 빈 캔퍼스를 가장 두려워 함)를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시베리아 수용소를 전전하고, 저작권을 빼앗긴 계약으로 해외를 떠돌던 도스토옙스키가 결국 러시아 문학의 정수가 된 것처럼, 결국 매일을 견디며 살아가면 결국 텅 빈 캔퍼스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리라고 역자는 말합니다.
마침 글을 쓴 당일, 오랜 벗을 당일 약속으로 만나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순간을 목전에 두고 한숨은 늘며 주위 사람들의 변화를 보고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머리가 복잡하다며 서로 위안 삼았습니다. 고민을 툭 터놓고 말한 뒤 걷고 걸은 끝에 얻은 결론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그냥 열심히 살자는 게 전부였습니다.
걷는 순간 조차 잦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지만,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 공작처럼 복잡한 연애사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풍부한 캔버스 미래를 꿈꿔봅니다.
(작성일자: 2026.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