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aside> 💡 “허탈한 눈으로 창 밖을 내다 보면 뿌연 안개 속에 무진의 새벽 상가가 지나가고 선명한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무진 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빙 돌아 뒷면에는 〈어서 오십시오. 당신은 무진 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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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찦차 안 이른 아침 中)
오늘은 비 오는 어린이날입니다. 남부 지역과 제주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는데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소설 <무진기행>을 각색한 영화 <안개>의 시나리오입니다. 무엇보다 무진의 특산물, ‘안개’ 묘사가 기가 막힙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추천사(무진기행 평론 中)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aside> 💡 “일상적인 생활이 난파할 때, 때때로 우리는 그 장소로 간다. 즐거운 듯한, 쓸쓸한, 그리고 무의식의 내면 속에서 “무진”의 안개는 피어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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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개>에서 묘사된 무진의 안개는 마치 생태학자 델리안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해안 습지 묘사 같습니다. 두 책 모두 줄거리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게 합니다. 하지만 각 묘사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aside> 💡 “갈매기들은 카야한테 아무 관심도 없이 쫙 펼친 날개를 단장하고 나서 털이 보송보송 달린 바윗돌처럼 바닷가에 자리를 잡았다. 갈매기들이 조용히 흡족한 웃음소리를 내고는 머리를 날개 밑에 넣고 잠이 들자, 카야는 최대한 갈매기들 곁에 바짝 몸을 붙이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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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현미경 中)
책을 읽으며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영화 <안개>의 주제가 정훈희 님의 노래 <안개>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영감을 주는 건 물론 OST로 다시 사용되었더군요.*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은 제가 다시 책을 읽게 한 계기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덕분에 통역기는 어떤 억양으로 읽혔을지 모릅니다. 해준은 기준과 달리 제 상상 속 바닷가에서 헤맬 뿐입니다.
이밖에 소설 <무진기행>하면 떠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중 바다 편입니다. 이전 편 광야를 달리는 말에서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문인 친구들과 무진기행을 발표한 청년작가 김승옥 이야기를 술 한 잔에 밤새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