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빼앗긴 대지 위에서 침묵과 사유로 길을 찾아낸 인디언 추장들의 위대한 영혼과 문장들
</aside>
문장: 누구나 두려움을 헤치고 자기희생을 통해 그 산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각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
출처: 195쪽 중에서
생각: 간만에 벽돌책을 독파했습니다. 처음 책을 집었을 때 책을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해당 책은 문장 수집을 가장 많이한 책이기도 합니다. 읽는 도중 책갈피가 부족해 다 읽기도 전에 수집한 문장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정리도 평소보다 배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책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이 정리돼 있습니다. 연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인디언의 땅을 침략한 유럽인(얼굴 하얀 사람)을 향한 원망과 분노, 어머니 대지(자연) 예찬, 인디언 삶의 지혜 및 생활상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자연과 공존하는 인디언 삶의 태도가 주를 이루겠거니 예상하고 기대하였는데(엮은이 역시 류시화 시인인 까닭에) 유럽인을 향한 분노가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해 의외다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들 땅에 와서 “발견”했다고 칭하고 기반을 잡는 데 도움을 주었음에도(심지어 미국 독립 전쟁에 이바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를 명분으로 대대로 살던 곳에서 보호구역으로 내쫓은 이들의 탐욕은 격분하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겠지요. (게다가 미국의 내로라 하는 유명 박물관에서 인디언 유해를 종이상자에 포장해 택배로 반환한 사실은 충격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어머니 대지, 아버지 하늘, 할머니 달처럼 자연을 가까이 하고 주 식량 공급처인 들소 떼마저 그들의 형제로 여기는 인디언의 태도는 자연 파괴(일회용 쓰레기 배출 등)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침묵과 사유에 대한 그들의 인식도 인상적입니다.
“침묵은 위대한 신비 그 자체다.”(93쪽 중), “우리 인디언은 홀로 평원의 오솔길로 나아가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명상에 잠긴다.”(193쪽 중) 이러한 문장은 점심에 홀로 산책을 즐기곤 하는 제게 결코 잘못된 게 아님을 증명하는 것 같아 위안을 얻습니다.
최근 집-회사로 사는 게 어떻게 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겨우 틈을 내 읽기도 하고 읽기를 포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점심에 홀로 산책을 나간 것도 이런 회한 때문이겠죠? 생활의 편리함을 얻었지만 삶의 기반을 잃은 인디언처럼, 만약 인디언의 삶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현대인의 삶은 또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얼마 뒤면 제가 태어난 날입니다. 어렸을 땐 제 생일 숫자만 봐도 그렇게 집착을 했는데 이제는 그저 야근이나 안 하면 다행인 날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엔 휴가를 통으로 쓰기 아까워 반차를 썼지만, 이것도 다음날 야근을 감내해야 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는 가운데 자연과 가까이하고 삶의 지혜를 통찰력 있게 관찰한 인디언 족장들의 조언이 필요할 때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완독은 저도 쉽지 않았기에 함부로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작성일자: 202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