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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G.마르케스)

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책을 읽는 과정은 여느 책과 달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등장인물이 조상의 이름을 돌려써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하고 혼란을 줍니다. (아우렐리아노 대령의 어머니, 우리슬라는 그의 자식 17명 모두에게 아우렐리아노 이름을 붙입니다.) 심지어 소설에 사용된 기법인 마술적 리얼리즘 덕분에 죽은 사람이 갑자기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분명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책은 남미가 겪는 역사적 상황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농경 사회 → 신문물 수용 → 좌·우 내전 → 자본주의 수탈에 이르기까지 마콘도의 역사는 남미의 역사를 투영합니다. 특히 바나나 회사 파업으로 인한 학살은 콜럼비아의 ‘바나나 플랜테이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책 속에서는 기록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 당사자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해 마음을 쓰리게 합니다.

얼마 전 코미디언 김병선(코미꼬) 님의 쇼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쇼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은 흰 도화지 같아서 작은 점만 찍어도 쉽게 불편함을 느끼지만, 남미는 검은 도화지 같아서 흰점이 작게 찍혀도 사소한 감사함을 느낀다고요.

물론, 남미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경제 상황, 치안 상황이 좋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식민지 시기를 겪고, 좌우 내전, 독재(이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남미 사람이 가진 특유의 열정과 유머를 인용 문장으로 독자에게 알리고자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년 11개월 이틀 비가 온 상황에서 헤엄으로 버텼다는 쾌활함)

책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끝납니다. 그러나 여운은 길게 갑니다. 김현균 교수님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읽고 언젠가 라틴 아메리카 작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들었는데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반대편 대륙의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작성일자: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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