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 님의 글
작품을 읽는 내내 나의 학창시절과 졸업 후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의 일부가 마치 오버랩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헤세에 대한 모욕일까 아니면 그에 대한 찬사일까
헤세를 대변하는 주인공 한스...그에게 만일 천재적인 두뇌와 총명함이 없었더라면,,, 그가 만일 프로테스탄을 따르는 시험을 포기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영혼의 동반자이자 정신적 정서적 나침반과 같았던 친구 하일리를 잃지 않았더라면,,
더 나아가 기계 견습공이 아니라 보다 그의 마음을 울리고 어릴 적 추억의 경험들을 결코 빼앗기지 않은 채, 그 즐거움들을 여전히 향유할 수 있는 문들이 보다 손쉽게 열려져 있었더라면,, 그는 죽음을 택하지 않았었을까..
저자인 헤르만 헤세는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 그를 둘러싼 사회와 세상에 어렵게라도 부딪히며 살아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살아낼 수 있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저자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인공 한스에게도 그만이 할 수 있는, 나름의 분출구가 되면서 그 자신의 홀로됨을 지켜나갈 수 있는,,, 무언가 혼연의 힘을 다해 몰입할 수 있는 것이 곁에 있었더라면,, 아니 그 대상을 우연히라도 만나게 될 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인내하며 기다렸었더라면 한스의 죽음이 막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한 번의 자살기도 이후에도 끊임없이 죽음을 향한 억제되지 않는 충동과 번민에 휩싸인 채 살았을지도 모를 헤세 자신의 내적 갈등을 한스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상념들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과잉해석인 것일까..
무튼, 한스가 스스로의 생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운명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더이상의 생을 허락하지 않은 초자연적인 어떤 힘인지에 대해 작가는 우리에게 열린 결말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긴 호흡과 더불어 긴장감 있는 흡인력으로 단숨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스가 느꼈던 혼돈, 부적응, 어지러움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유년시절의 자유로움에 대한 회상들 안에서 나는 어느새 한스가 바라보는 내면과 그의 주변을 향한 한스만의 바램들 그리고 그 시선들과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불과 몇 시간 동안 하나됨을 느꼈던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말에 어느새 그의 죽음에 슬퍼하며 심적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나,
저자인 헤세는 한 번의 자살을 기도했지만 그 후 결혼도하고 작가로서의 그의 사명을 이어 나갔으며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으니 이에 다친 내 마음의 위로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