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상자에 갇힌 사람들”

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aside> 💡 “중국이 정화의 대원정 같은 정책을 이어갔다면 세계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역사가들은 주장한다. 중국이 해상에서의 우위를 지켰다면 유럽이 동양으로 침략해 오지 못했을 테고, 선진 문물을 지닌 중국이 근대화도 먼저 이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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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포로들』, 정의길, 정화의 원정이 말하는 중국의 지정학 中)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양은 동양을 지배한다. 옷, 음식, 집 모든 게 서구에서 오지 않았나.”라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제가 입고 있던 옷을 매만지며 그래도 종이, 화약, 나침반은 동양에서 발명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최근 문화 산업은 동서양 말할 것 없고요.

동양과 서양. 이분법적 구분 짓기가 과연 세상을 바라보는 온당한 태도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교’만큼 뇌리에 꽂히는 건 없으니까요. 동양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1937년 중국을 방문한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태극 무늬를 보고 양자역학을 이해할 사고 틀은 서양에 없지만, 동양에 있었다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떨림과 울림, [이중성] 대립적인 것 상보적인 것 中)

만약은 만약 일 뿐. 중국이 정화의 대원정을 금지한 이유로 지정학적 과제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1. 서북 변경 지대(내몽골, 티베트 등)를 완충지대로 확보. 2. 한족 거주 중원 통일 유지. 3. 동남 연안 지대 통제. 하지만 당시 몽골족의 위협으로 해상교역 금지는 무려 400년간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지정학과 3차 그레이트 게임)

중국과 관련된 글 중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러시아 정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지정학자 해퍼드 매킨더는 1904년 자신의 논문, <역사의 지리적 중심축>에서 중국의 러시아 정복을 경고했다고 합니다. 100년 넘게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걸 보면 제목 그대로 ‘지정학의 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팀 마샬 저작 <지리의 힘> 시리즈도 인상 깊게 읽었지만 <지정학의 포로들>도 알찬 책입니다. 지리보다는 정치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모르는 게 많구나 느낄 수 있어 더 인상적인 책입니다. 위 언급한 중국 말고 유럽(1, 2차 세계 대전), 냉전(미국, 러시아), 한중일 역사도 함께 풀어헤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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