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부방장놈 님의 글
<aside> 💡 “이제 나는 정신 질환이 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생기는 의학적 질환임을 안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기전이 분명한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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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낙인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삶, 용기 내줘서 고맙습니다. 中)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 우연히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알게 됐습니다. 온라인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자살 유발정보를 신고하면 되는 겁니다. 처음엔 가볍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자살하고 싶다”라는 글을 SNS에 올리면 신고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자해’ 관련된 게시물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SNS 운영사에서도 혐오스러운 사진이 포함되었을 수 있다며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보겠다면 ‘차단 취소’ 버튼 하나 누르면 볼 수 있었습니다.
커터칼, 주사기 등등 말로만 해도 표정이 일그러지는 도구들로 그들은 자기 신체를 훼손했습니다. 저도 무슨 용기였는지 화면을 흑백 처리하면서까지 신고했습니다. 처음엔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었지만 하면 할수록 ‘사명’이라고 부를 만한 게 생겼다고 할까요?
처음엔 왜 그런 사진들을 올렸을까 이해하지 못했고 괜한 사진을 봤다며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그런데 점점 보면 볼수록 그 사진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시그널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행동이 미약한 응답이었을텐데 신호가 잘 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SNS를 보다가 지인의 프로필 사진에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자국을 보았습니다. 자해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리본’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참 멋있었습니다. 리본도 예뻤지만, 자신의 상처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그 마음 말입니다.
해당 책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옵니다. “선택지가 없다고 느낀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할가?”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中), “누구도 당뇨병을 앓는 사람에게 ‘의지로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 中)
보석 같은 문장들입니다. 인용 문구에서도 이야기했듯 정신 질환은 “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생기는 의학적 질환”입니다. 나약해서, 이겨내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하물며 나약하면 어떻고 이겨내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